중앙일보가 7-8일 실시한 정치제도 개편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결과에 의하면 51.5 %가 소선거구제를 선호하고, 37.5 %가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 그리고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 뭐냐는 질문에는 중·대선거구제(33.6%)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27.2%), 석패율제(26.6%) 순이었다.

1 요약하면 소선거구제를 선호하고, 개편방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의견이 갈린다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인식되고 있는 독일 선거제도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언급한 바 있는 모든 제도적 특징을 내용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독일선거제의 널리 알려진 특징이고, 형식적 제도가 아니라 실제 정치(politics)과정에서 다른 두 제도, 즉 석패율제와 중대선거구제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소선거구제와 비례명부제가 결합한 혼합식비례대표제에서 석패율제와 중대선거구제의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독일의 실제 선거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중대선거구제적 성격

독일선거제는 형식상 소선거구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많은 수의 비례대표와 지역구-비례 동시출마가 가능해서 정치실제에 있어서는 중대선거구제적 성격이 나타난다. 한 선거구에서 3-4명의 당선자가 나오기도 해 승자독식과 대량의 사표의 발생을 막아준다.

소선거구제는 그 특성상 선거구가 특정정당의 우세지역이 아니라면 유권자의 흐름에 따라 1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3년 독일 총선에서도 선거 승리 정당인 기민련/기사련이 전체 지역구 299석 중 236석을 차지했고, 사민당은 58석, 좌파당은 4석, 녹색당은 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선거제도의 특성상 제1당은 지역구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고 제2당 이하 정당은 주로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이 때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후보의 다수가 지역구 출마자라는 점이 독일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의 성격을 가지게 한다.

독일선거제하에서는 지역구 낙선자 다수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고, 같은 지역구 당선자와 큰 차이 없이 지역구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선거구에 다수의 의원을 뽑은 중대선거구제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지역구를 통한 당선자와 지역구 낙선후 비례당선자 모두 소속정당의 지구당과 별개로 선거사무소를 지역구에 운영하면서, 지역구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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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선거 결과를 보면 지역구 출마자중 2명이상이 의원으로 당선된 선거구는 299개 중 229개다. 76.6 %나 된다. 그 중 3명의 의원이 당선된 선거구는 60개 였고, 4명이 당선된 선거구도 9개나 있었다.

다수의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극단적인 비방이나 불법선거운동은 흔치 않다. 또 1인 당선 선거구도 대부분 후보간에 우열이 비교적 쉽게 가려지는 선거구라 극심한 경쟁으로 이어 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특정정당의 지역대표의 독식을 막는 역할도 한다. 기사련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바이에른 주의 경우에서도 45개 선거구중에 기사련 이외의 정당 지역구출마자가 비례정당명부로 당선되어 지역구 활동을 벌이는 선거구가 29개나 된다.

석패율제의 성격

앞에서 살펴봤듯이 지역구 낙선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들 중 많은 수가 비례대표를 통해 원내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선거제는 석패율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석패율제가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후보를 제도적으로 의원에 당선되게 하는데 반해, 독일 선거제는 근소한 표차로 낙선하는 경쟁력있는 후보는 비례명부에도 상위순번에 배치해 당선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석패자의 당선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후보도 의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래 표는 각 기준별 차점자의 의회진출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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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박빙선거구 차점자 원내진출비율

당선자와 차점자간의 득표율이 10% 이내인경우, 5000표 이내인경우, 그리고 표차가 적은 50개, 60개 선거구를 조사했다. 82-84 %의 높은 비율로 선거구 차점자가 비례대표로 의회에 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후보중에 비례대표로도 당선되지 못하는 경우, 정당명부작성시 전망과 실제선거결과의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227표(0.4%)차로 기민련후보가 사민당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발트에크 선거구(WK. 167)는 1958년 이래 사민당이 차지하던 선거구로, 사민당 후보가 당선을 낙관해 정당명부 후순위에 이름을 올려 당선되지 못했다. 바르민2선거구(WK. 059)도 낙선한 좌파당 후보가 2009년 선거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됐던 곳으로 정당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낙선했다. 홈부르크 선거구(WK. 299)의 경우 낙선한 사민당 후보가 정치신인으로 의외로 지역구 선거에서 선전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 경선을 통해 열세선거구의 후보가 되기는 했지만, 선거전에 작성되는 비례명부 당선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당내 입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다. 크로이츠나흐 선거구(WK. 202)도 비슷한 경우로 낙선한 사민당후보가 1990년 부터 오랫동안 의원으로 활동해왔으나 2005년 지역구 당선후 2009년 선거에서 39 %의 표차로 낙선하면서 당내입지가 줄어들면서 비례순위도 하위순번을 받게 된다. 하지만 후보의 지역구 선거 선전으로 9 %까지 따라붙은 결과를 보였다.

당의 타지역구의 선전이나, 당내 권력투쟁의 결과 근소한 표차로 지고 비례명부로 원내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기민련 후보가 낙선한 포츠담 M(WK. 60)의 경우 선거구가 속한 Brandenburg주에서 기민련이 지역구에 당선자가 많아 기민련에 배정된 비례대표가 없었다. 그 지역구 낙선후보가 비례명부 상위순번임에도 낙선했다(예비 1번이 됐다)

3. 함부르크 반츠벡 선거구(WK. 22)의 경우 지역구에서 낙선한 기민련후보가 주당 대표를 지내는 중진으로 (한국의 공천심사위원회 같은) 정당명부순위 추천위에서 당선권인 4번에 추천되었으나, 주당 대의원대회 당내 경선에 다른 후보가 나서면서 낙선하고, 5번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재차 낙선하면서 비례명부에 입후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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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박빙선거구 차점자 원내진출 실패 선거구

위에서 살펴봤듯이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후보의 경우 원내진출에 성공하고, 비례명부로 당선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의외의 변수로 인한 경우가 많아 사실상 독일 선거제도는 형식적으로 석패율제가 아니지만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사실상 석패율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

선거사례를 통해 소선거구제와 비례명부제를 결합한 혼합식비례대표제가 제도의 운영을 통해 중대선거구제와 석패율제의 장점을 나타내고 있음을 살펴봤다.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한국의 적정 의원수는 37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지역구 수를 약간 조정으로 독일 선거제를 도입하고, 여러 제도의 장점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겠으나, 반의회, 반정치 정서로 나타나는 의원정수 증원에 반대하는 여론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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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http://goo.gl/VEWdpu
  2. 독일 정당의 기초조직은 한국과 달리 국회의원 선거구에 맞춰서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시군과 같은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조직되고 있다. 연방하원 선거구의 경우 시군단위 행정구역의 분할까지 불사하면서 인구비례를 맞추기 때문에 시군당과 선거구가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연방하원의원이 (한국의 지구당 위원장에 해당하는) 독일당의 기초조직 대표를 겸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기초의원이 시군당 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 시장이나 주의원, 또는 특별이 공직을 수행하지 않는 당원이 맡는 경우도 있다.
  3. 60선거구 기민련 후보 Andrea Voßhoff는 2015년 2월 같은주 기민련 의원인 Reiche가 경제부분으로 이직하면서 의원직을 사임함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연방정보보호청장(BfDI)직을 위해 의원직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4.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현행정수 유지가 75 %, 증원이 12.3 %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