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이 내년 2월 다수당이 국회 상임 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이 책임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다수당이 소신 것 국회를 운영하고 다음 선거에 국민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해 유럽도 대부분 다수당이 상임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다. 지난 6월 환경노동위에서 비정규직법이 추미애 위원장의 저지로 법개정이 저지된 경험이 있고, 같은 상임위에서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관련 법의 개정이 난관에 부딪히고있고, 교육위에서 등록금 후불제 관련 입법문제가 양당 상임위원장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야당의 견제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자동법안상정안등 이미 여러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입법이 이루어 지지는 않았다.

외국 의회의 상임위원장 배분은 나라에 따라 법으로 정해져 있기도 하고 관례에 따라 분배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12대 국회까지는 다수당 (또는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구조였으나 1988년 1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가 되면서 상임 위원장을 야당이 전부 차지할 위기에 처하자 의석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오래 동안 지속되어온 제도를 야당과의 견제라는 번거러움을 피하기 위해 임의로 바뀌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 우리 나라 같은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은 제도상에서는 언제든지 여소야대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책임 정치 구현 주장은 핑계에 불과 할 수 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야당에도 상임위원장 배분해

또 한나라당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도 대부분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상임위원장을 다수당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경우 한나라당의 주장과 는 달리 대부분 여야간에 협의 또는 법률에 의해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한다. 유럽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탈리아 처럼 집권연정이나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경우도 있고, 프랑스처럼 대부분의 상임위원장을 집권연정이나 다수당이 차지하고 재정위원회같은 특정 상임위 위원장을 야당에 배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는 의석분포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가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정당간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연방의회의 상임위원장 집권연정의 의석은 53.3%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당간 함의에 의해 상임위원장은 45%만 차지하고 있다. 하원의 의석분포는 기민/기사:사민:자민:좌파:녹색당이 239:146:93:76:68 인데 비해 상임위원장은 8:8:2:2:2로 배분되어 있다.(기민/기사와 자민당이 집권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오스트라아, 네덜란드, 스웨덴,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의 상임위원장직을 야당이나 소수파에 배정하고 있다.

의회의 상임위원장 배분 같은 일은 각나라의 전통과 정치적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되는 것으로 똑 부러지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의 장“이 되어야 할 국회가 설득과 타협의 마당이 아니라 다수의 논리나 힘이 논리가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사실을 왜곡하고 잘 못된 근거를 가져와 자기 이익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