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기초의회의 폐지 등을 담은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이 공개되면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당장 지방분권국민운동,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를 비판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위원회는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과제의 경우 ‘국민적 합의’를 거치겠다고 한 발 물러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폐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권경석 부위원장은 “대도시는 전체적으로 단일 생활권이어서 세계적으로도 런던·도쿄를 제외하고 뉴욕, 파리, 베를린 모두 기초자치단체가 없다”며 “이번 정권 안에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이 위원회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과 파리에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나?

과연 권부위원장의 말 처럼 뉴욕, 파리, 베를린에 기초자치단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가 답이다. 파리에는 20개의 아롱디스망(arrondissements)이 있고, 베를린에는  12개의 베치르크(Bezirk)가 있다. 뉴욕에도 5개의 버로(Borough)가 있다. 베를린과 파리는 구의회와 구청장이 있고, 뉴욕은 구청장만 있고 의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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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위원장의 잘 못 만은 아니다. 지방자치 연구자도 잘 못된 정보를 논문이나 칼럼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니 정치인 출신인 권부위원장을 탓할 수만은 없다. 김순은교수 같은 경우 베를린, 파리, 뉴욕을 자치구가 있는 런던, 도쿄와 같은 2층체제와 도시내에 자치구가 없는 단층제의 중간인 1.5층제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리와 베를린은 구청장은 선출하지 않고 구의회만 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김순은:2013, p.64). 하지만 실제 베를린의 경우 구(Bezirk,베치르크)별로 의회를 구성하고, 구의회에서 구청장을 선출한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구(아로디스망)별로 의회를 구성하고 구청장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다.

베를린을 준자치제라 분류하는 이유는 구(Bezirk)가 법률상 법인격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독일은 도시나 군에 자치권을 부여해왔는데, 함부르크와 베를린의 경우 도시가 연방주가 되면서 연방주와 도시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도시규모가 커서 시하부에 베치르크를 두고, 도시의 권한을 위임해 자치가 이루어 지도록 하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다른 주(함부르크, 베를린을 제외한 14개주)의 기초자치단체와 달리 베를린의 구(Bezirk)는 법인격 없이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다(Selbstverwaltungseinheiten Berlins ohne Rechtspersönlichkeit)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치제와 구분할 수 있겠으나, 자치기구를 선거를 통한 선출하고, 독립적 예산 편성권, 고유 업무영역, 입법권 등 가지고 있어 자치체가 가져와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1.5층제나 준자치제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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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경우도 도시와 도(departsment)을 겸하고 있어서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선거를 통해 구의회를 선출하고 구의회에서 구청장을 선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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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도시의 하위 자치기구

김순은은 같은 논문과 칼럼에서 “우리나라(한국)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도시는 (도시내에 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광역시에 자치구를 폐지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또한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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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유럽 대도시의 하위 자치기구

“광역시에 해당하는 도시”를 대도시이면서 광역자치단체인 도시가 아니라 수도가 아니면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 정도로 사용하고 있어, 서울과 광역시의 기초자치단체를 폐지여부를 논하는데 참고자료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수도, 광역자치체 여부를 불문하고, 인구수를 기준으로 대도시의 지방자치에 대해 조사해봤다. 편의를 위해 유럽지역으로 한정해서 조사했고, 인구수 기준은 가장 작은 광역시인 울산의 인구와 비슷한 100만 이상의 도시로 정했다. 아래 표는 유럽 대도시의 지방자치를 정리한 것이다.

유럽의 인구 백만이상의 도시는 17개 이고, 이중 8개는 광역자치단체이고, 9개는 기초자치단체 이다. 런던, 파리등 11개 도시는 해당 국가의 수도였다. 인구수는 런던이 800만이 넘고, 베를린과 마드리드는 300만명이 이상이며, 파리와 로마는 200만명이 넘는다. 나머지 12개 도시는 200만명이 안된다.

이들 대도시는 대부분 한국의 구에 해당하는 자치기구를 두고 있다. 다만 도시별 특성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구성에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주민의 선거를 통해 구의회를 구성하고, 구의회나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되는 구청장이 해당 지역의 자치를 이끄는 형태가 대수를 이루고 있다(한국의 광역시 자치제와 비슷한다). 일부도시에는 해당지역의 자치를 이끄는 구청장이 없이 주요사안을 의결하는 의회만 존재하거나(뮌헨), 주민이 직접뽑는 구청장은 있지만 구의회가 별도로 구성되지 않고 시의회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소피아), 구의회를 별도로 선출하지 않고 해당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시의원들로 구의회를 구성하고, 여기에서 구행정을 책임지는 구청장을 선출경우(버밍엄

4)등이 있다. 스페인의 대도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우 구(Distrito)단위의 자치가 이루어지기는 하는데, 구의회가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시의회 선거의 정당별 득표비례에 따라 정당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의회가 구성된다. 구청장은 시장이 (구의회의 추천에 따라)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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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예외 없이 시아래에 기초자치단체를 두고 있다. 이들 도시는 함부르크를 제외하고 수도라는 특징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도시들은 대부분 특별법을 통해 도시 아래 지자체를 둘 수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 받고 있다.

유럽의 경우 김순은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도시가 대부분 단층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주장은 오류 또는 왜곡이다. 유럽의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광역자체단체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도시는 예외 없이 도시 내에 자치체를 두고 있고,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가진 도시들도 구청장, 구의회의 유무, 구의원 선출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명확하다. 김순은 교수식의 분류로 하면 대부분이 2층제이고, 뮌헨등 일부도시가 1.5층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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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한국 대도시의 자치기구

결론

이상에서 살펴봤듯이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권경석 부위원장이 구의회 폐지의 정당화를 위해 제시한 “대도시는 전체적으로 단일 생활권이어서 세계적으로도 런던·도쿄를 제외하고 뉴욕, 파리, 베를린 모두 기초자치단체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에 기반한 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김순은 교수가 논문과 칼럼에서 주장하듯이 대부분의 외국 대도시들이 하위 자치단체를 두지 않는다는 주장도 최소한 유럽 대도시를 비교했을 때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최근 경향이 대도시의 경우 하위 자치기구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분권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한국의 광역시의 구 폐지 움직임은 시대를 역행하는 시도로 보여진다.

참고문헌

  • 김찬동 (2010): 외국의특ㆍ광역시자치구제도연구. 월간 자치발전 (6월), pp. 30–38.
  • 김순은 (2013): 대도시 행정체제의 개편논의와 방향: 자치구의 지위를 중심으로. 지방정부학회보 16 (4), pp. 55–77.
  • 김순은 (2014): 자치구 폐지, 지역 활성화 촉진. 중앙일보(2014.12.17), 30면.

Notes:

  1. 김찬동은 버로 프레지던트를 구의회 의장으로 보고 있다. 뉴욕의 경우 별도의 선거로 구성되는 의회는 없지만, 버로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시의원과 커뮤니티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구성되는 버로 위원회가 있고, 버로 프레지던트는 이 위원회의 의장을 겸입하고 있다.
  2. 오히려 뮌헨이 김교수가 분류한 1.5층체제에 가깝다. 뮌헨은 주와 도시를 겸하는 도시주가 아니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하나의 도시다.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 등과는 권한이 다르다. 하지만 뮌헨의 경우 인구수와 도시규모가 커서 25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선거를 구역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의 권한 일부를 이 위원회에게 결정권을 위임하고 있다. 다만 구역위원회에서 구청장같은 기관장도 없고, 산하에 행정기관도 없다.
  3. 파리시장은 시의회에서 선출하고, 구청장은 각 구의회에서 선출한다. 구의회와 시의회는 단일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정당(또는 정당 연합)은 구의원 명부와 시의원 명부를 제시하고, 유권자는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투표결과 과반 득표 정당이 있는 경우 1당에게 우선 과반의석을 배정하고, 나머지 1/2은 1당을 포함해서 정당별 득표비례에 따라 나눠 배정한다. 구의원은 1개 구가 단일 선거구고, 시의원도 구가 선거구가 된다.
  4. 버밍엄시는 웨스트미들랜즈 주에 속한 도시로 시의원이 120명으로 기초자치단체로는 유럽최대규모다. 이 도시는 10개 구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구별로 12명의 시의원이 구의회(District committee)를 구성하고, 구의회에서 집행을 담당하는 구청장(Executive Members for Local Services)을 선출한다.
  5. 스페인 시장은 시의회에서 선출한다. 마드리드는 시의회의 정당득표비에 따라 모든 구의회가 구성되고, 바를셀로나는 시의회 선거의 해당구의 득표비례에 따라 구의회가 구성된다. 마드리드는 시의회와 구의회의 다수당(또는 연정)이 같기 때문에 시장과 구청장이 모두 같은 정당 소속이지만, 바르셀로나는 구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경우도 있어, 구청장의 소속정당이 시장과 다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