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하원 선거제도를 살펴보자.  네덜란드의 하원선거에서는 의석 배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 득표율을 법률로 정해놓은 봉쇄조항이 없고, 사실상 전국을 단일 선거구해서 선거를 치루기 때문에 의석-득표율 비례성이 아주 높은 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정당이 제시한 당선 순서를 유권자가 변경할 수 있는 개방형 명부제도 채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네덜란드의 선거제도 일반과 득입후보와 투표, 의석 배정 그리고 선거제도의 영향을 살펴보자.

1. 선거제도 일반

네덜란드 하원의회 선거는 4년마다 실시된다. 단 내각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임하는 경우, 조기 선거가 실시하되기도 한다. 만 18세가 넘은 네덜란드 시민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

네덜란드 하원 선거 선거구

네덜란드 하원선거 선거구 (유럽본토), 출처:위키페디아

하원 선거를 위한 선거구는 20개로 유럽 본토에 19개, 앤틸리스제도의 해외영토에 1개의 선거구가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선거구의 경우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당이 모든 선거구에 동일한 정당명부로 입후보 하거나, 일부 큰 정당의 경우 후순위 후보만 약간 변경하는 방식으로 입후보하기 때문이다. 선거구는 선거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한 제도에 지나지 않으며, 소선구제도나 북유럽의 대선거구와 같은 지역대표성의 의미는 크지 않다.

2. 입후보

입후보는 정당명부형대로 선거구별로 한다. 입후보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정당뿐만아니라 단체와 개인도 입후보가 가능하다. 입후보시 전 선거구에 동일한 명부로 입후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외적으로 선거구별로 별개의 선거명부를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당선권 밖의 후순위 후보를 달리하는 정도여서 선거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선거구가 있지만 사실상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인 셈이다.

2010년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면 한 정당은 정당명부에 50명까지 후보를 등재할 수 있다. 단 직전 총선에서 15석이상 의석을 확보한 정당의 경우 80명까지 명부에 올릴 수 있다. 직전 선거에서 1석도 못받은 정당(단체)가 입후보 하려면 11,250유로와 선거구당 30명의 지지서명을 받아야 등록할 수 있다. 이 공탁금은 해당 정당이 전국적으로 0.5%이상 득표한 경우 환급받을 수 있다. 한국 국회의원 선거 공탁금 환급 기준이 15%득표인 것을 고려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네덜란드의 원내 정당이 되기 위한 조건이 0.67 %인 것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조건이고, 실제 대부분의 원외정당은 공탁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정당이외에 단체나 개인도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같은 절차와 방식으로 입후보 해야 한다.

네덜란드 선거 입후보 방식중에 특이한 중하나는 다른 정당과 정당명부연합을 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간 의석 배정을 할 때 득표수/전체의석(150석) 당 1석을 배정하는데, 이렇게 배정하고 남은 잔의의석을 배정할 때(2012년에는 6석), 이 정당명부연합이 적용된다. 정당명부연합을 결성하면, 개별정당명부로 했을 때보다 1석 정도 더 받을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2012년 총선의 노동당-사회당-녹색좌파당 연합이 대표적인 정당명부연합이다.

3. 투표

네덜란드 총선은 개방명부식으로 투표한다. 투표용지는 정당의 모든 후보가 기재되어 있는 형태의 투표용지로, 선호하는 후보 한명에게 투표할 수 있다. 개방형 명부제를 사용하는 북유럽이나 독일 일부지방의회 선거와 달리 정당에 투표 할 수는 없다. 후보에 대한 선호투표는 소속 정당의 모든 후보의 선호투표를 합산해 그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하기 때문에 정당투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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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예시 출처:위키페디아

개별 후보가 얻은 선호투표는 정당간 의석배정과 당내 순위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선호투표는 총리후보(또는 1번후보)가 대부분 받고 있다. 90년 이전 자료에 1번후보 득표비율이 90% 정도였으며 1, 2012년 총선에서도 의석을 배출한 정당을 분석해보면 80% 이상이 1번 후보에 선호투표한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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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 1번후보 득표비중 출처:선관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

4. 의석 배정

4.1. 정당간 의석 배정

정당간 의석 배정은 명부에 소속된 후보들의 선호투표의 합의 비율에 따라 이루어 진다. 먼저 전국적 유효표 수를 의석수 (150)으로 나눈 수로 할당수 (kiesdeler)를 구한다. 그 후 각 정당별수에 할당수를 나눈어,나머지를 버리고 자연수 만큼 정당별로 의석을 우선 배정한다. 나머지 의석은 할당수를 넘은 정당에 한 해 추가 배정을 한다. 따라서 네덜란드 하원 선거에서 봉쇄조항은 1/150, 즉 0.67%가 된다. 나머지 의석을 배정할 때 명부연합을 기준으로 득표비례에 따라 의석을 추가 배정한다. 이때 최고평균방식 또는 동트방식(d’Hondt method)이 적용된다(자세한 방식은 의석배분방식 참조). 의석을 배정받은 명부연합내의 의석배정은 최대잔여방식 또는 헤어-니마이어 방식(Hare/Niemeyer Method), 즉 정당득표/(연합득표/배정의석 수)를 통해 구 한 값에서 자연수 부분을선 배정하고 남는 의석이 있으면 나머지가 큰 순으로 배정하는 방식을 통해 연합내 정당에 할당된다.

4.2. 명부내 당선자 결정

당내 당선자 결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선호투표 득표수가 할당수(kiesdeler)의 1/4이 넘는(1998년이전 1/2) 후보가 우선 당선자가 된다.  나머지는 정당명부 순서에 따라 당선자 결정된다.

총선에서 선호투표에 의해 당선되는 그렇게 많지 않다. 2006년 총선의 경우 27명의 후보가 할당수의 1/4을 넘겨서 당선되었으나, 이들 중 26명은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되는 순번에 배치되어 있었다. 실제로 후순위임에도 선호투표로 당선된 경우 매 총선에서 한두번에 지나지 않는다. 아래 예에서 살펴볼 예정이지만 최근 실시된 2012년 총선에서도 28명이 선호투표로 당선되었고, 명부순위상 당선권 밖의 후보가 선호투표로 당선된 사례는 1명이었다.

정당의 명부가 선거구에 관계없이 같은 경우 위의 방법을 사용하지만, 선거구별로 서로 다른 선거 명부를 사용하는 경우 약간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우선 정당에 배정된 의석을 하레-니마이어방식을 통해 선거명부별로 의석을 배정한다. 명부내에서 당선자 결정 앞에 같이 할당수의 1/4이 넘는 후보에게 다득표순으로 배정하고, 의석이 남는 경우 명부의 순서에 따라 배정한다. 이 때 한 후보가 여러 명부에서 당선된 경우 선호 투표가 가장 많은 명부에서 당선된 것으로 보고, 나머지 명부에서는 차순위자가 당선자가 된다.

4.3. 의석 분배 예시 (2012)

2012년 9월 총선에서 네덜란드 유권자  12,689,810명 중  9,462,223명이 참가해  74.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중 17,004명이 어느 후보에도 기표하지 않는 백지투표를 했고,  20,984표는 무효처리되어, 9,424,235표가 유효표로 집계되었다.

의석배정을 위한 할당수는  9,424,235표/150석=62,829였다. 각 정당의 득표수를 할당수로 나누어 소수점 아래는 버림한 수 만큼 정당별로 의석을 배정하게 되는데, 이런 절차에 따라 각 정당에 배정된 의석이 144석이었다.  아래 표에서 처럼 VVD는 39석, PvdA(노동당)은 37석 등을 배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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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총선 1차의석 배정 자료:선관위

6석의 잔여의석은 할당수 이상의 득표를 한 정당 (이미 1석이상의 의석을 배정받은 정당)을 대상으로 최고평균방식 또는 동트식으로 의석을 배정한다. 이 때 정당간 명부연합을 단위로 의석이 배정된다. 2012 총선에서 2개의 명부연합이 결성되었다. 하나는 사민당과 사회당, 녹색좌파당의 명부연합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연합과 개혁당  명부연합이다.  동트식으로 의석을 6석의 잔여의석을 배정 결과 국민당에 2석, 사민-사회-녹색 연합에 2석, 기민당에 1석, 기독연합-개혁당에 1석씩 분배되었다.  동트식은 의석이 배정되었을 때 해당 정당의 의석당 평균득표수가 높은 쪽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연합의 투표수합을 1차의석합에 순차적으로 1석을 더 한 수로 구한다. 2012년 선거에서 발생한 6개의 잔여의석은 아래 표처럼 배정되었다. 먼저 1석을 추가 배정하였을 때 의석당 평균이 가장 높은 노동-사회-녹색 연합에 배정되었고, 두번째 의석은 자유국민당에 배정되었다. 세번째 의석은 다른 정당에 1석을 배정하는 것보다 노동-사회-녹색 연합에 2석을 배정했을 때 의석당 평균득표수가 높기 때문에 이 연합에 추가로 배정되었다. 다음으로 기민당과 기독-개혁당 연합에 1석씩 배정된다. 마지막으로 표에는 안나와 있지만 노동-사회-녹색연합에 3석을 배정하거나 여타 정당에 1석을 배정하는 것보다 자유국민당에 2석을 배정하는 것이 의석당 평균득표수가 높기때문에 마지막 여섯번째 의석을 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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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 잔여의석 배정 자료:선관위

명부연합내의 의석배정은 최대잔여방식 즉 하레니마이어방식 (나머지가 큰 순서)으로 이루어진다.  사민-사회-녹색 연합이 배정받은 2석은 <표>에서 득표/할당수에서 나머지가 큰 정당순으로 배정된다. 그 결과 0.50과 0.48로 나머지가 큰 녹색좌파당과 사회당에 1석이 돌아갔다. 기독-개혁 연합의 경우 나머지가 0.69로 개혁당의 0.13보다 큰 기독연합에 1석이 추가로 배정이 되었다.

정당명부연합을 결성여부에 따라 1석 정도의 의석 차이가 발생한다. 정당명부연합이 없었을 경우, 녹색좌파당에 돌아간 1석이 노동당으로 가고, 기독연합에 배정된 1석이 동물당에 돌아갔을 것이다. 정당명부연합은 연합 전체에는 1석의 이익이 있거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기독-개혁연합이 동물당의 1석을 가져간 것이 정당명부연합의 효과이다. 하지만 정당명부연합내 개별 정당은 연합내 다른 정당에 1석을 빼앗겨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동당의석이 녹색좌파당으로 넘어간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다당제인 네덜란드에서 선거후 연정협상이 필수이고, 명부연합은 연정협상에 같은 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합내 이동은 큰 의미가 없다.

정당내 의석배정은 할당수의  1/4 이상(15708표)을 득표한 후보가 우선 당선자가 되고, 나머지는 명부순으로 당선자가 된다.  선호투표에 의한 당선자는 총 28명이었으며, 이 중 기민련의 Omtzigt (39번)만이 명부상 당선권 밖에 있었지만 선호투표에 의해 당선자가 된 유일한 후보였다.

5. 선거제도의 영향

5.1. 투표율

네덜란드는 최근 총선들에서 75%가량의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유럽 내에서 투표율로 국가를 나누어 보자면 중간 그룹에 해당한다. 지역과 후보간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선거제도가 투표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1970년 이전 95%이상의 기록하며 서유럽 최고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2, 이는 1970년 의무투표제를 폐지한 이후 급격히 투표율이 감소해 중간 그룹의 투표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투표율 변화는 의무투표제가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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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선 투표율 (1960-2012) 자료: CPDS+선관위

5.2. 정당체제 (유효정당수)

비례대표제는 정당수를 증가시킬까? 뒤베르제식의 예측에 따르면 봉쇄조항없는 전국을 선거구로 하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정당 수가 많은 극단적 다당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정당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유효정당수를 보여주고 있다. 선거제도가 정당체제를 형성하도록 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당화하는 것을 막는 기제로 작동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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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유효정당수(적-득표, 청-의석) 자료:CPDS

5.3. 득표-의석 불비례성

네덜란드의 각 정당의 득표와 의석간의 불비례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득표의석 불비례성의 선거제도간 비교를 위해 많이 사용되는 갈레거 지수 (Galleger-Index)를 통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전기간에 걸쳐 최고수준의 비례성을 나타내고 있다. 의원 정수가 150명으로 큰 규모의 의회는 아니지만 봉쇄조항없는 비례대표제로 의석-득표 비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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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득표-의석 불비례성 (갈레거 지수) 자료:CPDS

6. 결론

네덜란드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로 선거구가 행정적 의미만 있어 사실상 전국이 단일 선거구이고, 봉쇄조항도 없어서, 의석-득표 비례성은 높고, 정당제도는 유효정당수가 많은 다당제를 촉진하고 있다. 선호투표를 통해 개방형 명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투표 행태가 후보중심이 아닌 정당중심의 투표가 되다보니 지역 (선거구)와 후보 (정치인)간의 직접적인 연관을 약한 편이다. 인구가 많고 지역적 이해의 차이가 많은 한국에는 적용에 한계가 있어보이는 제도이나, 기초의회 선거에는 고려해 볼 수 있는 제도이다.

참고문헌

Notes:

  1. Koole / van den Velde (1992) The Netherlands ,in :Katz, R.S., and Peter Mair. Party Organizations: A Data Handbook on Party Organizations in Western Democracies, 1960-90. Sage. 621쪽
  2. 서유럽 국가 투표율 변화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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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국가 투표율 변화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