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법의 “원조”격인 독일 정당법에 대해 살펴보자. 과거에는 정당 내부의 활동은 철저히 정당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지배적 패러다임이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정당에 관한 법률의 입법통해 정당내의 활동을 법률로 규정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가 일반화되면서 당내부활동과 재정등에 대해 규제를 두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등 정당 내부활동에 대한 자유방임적 패러다임이이 그 지배력을 상실해가고 잇다. 특히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정당법을 도입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민주주의 제도에 관한 당위적 가치를 다루는 “베니스 위원회”도 정당법의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정당법의 확산의 중심은 독일 정당법이다.  뮐러(Müller)등은 정당법에 관한 글에서 독일을 “the heartland of Party Law”라고 부를 정도였다.  독일 정당법이 시기적으로 최초의 정당법은 아니지만 1, 그 포괄성과 세밀함 그리고 이후 정당법 확산에 영향을 주고, 다른 국가 정당법의 모델이 되었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의 “원조” 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 정당법이 어떤 구조와 내용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 지를 중심으로 살피고자 한다. 또 독일 정당법의 이해를 돕기위해 독일 정당법의 번역본을 첨부한다.

정당과 관련이 있는 정치관계 법률은 크게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이다.  이외에 미국과 같이 선거 캠페인에 관한 법률을 두는 나라도 있다. 이 법들은 서로 겹치는 영역도 있고, 독자적인 영역도 있다. 국가에 따라 일부법률을 다른 법률에 포함시키고, 별도의 법률을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경우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을 두고 있다. 한국의 정당법은 등록절차등과 추상적 내용을 다루고 있고, 정치자금법을 통해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와 회계자료 공개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독일은 정당법과 선거법이 있고, 정치자금법은 별도로 없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나 정당의 회계보고에 대해서는 정당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politicallaws

[그림.1] 정치관계법의 관계

 독일 정당법은 당내민주주의를 위한 정당구조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 그리고 정당의 회계 공개가 주요 내용이다.  후보자 공천과 위헌심판 정당에 대한 집행등도 들어 있지만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한국의 법률과 비교해보면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의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다.

먼저 독일 정당법의 간략한 역사와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독일정당법의 역사

독일 정당법도 한국의 정치관련 법률과 같이 많은 내용적 변화를 격어왔다.  독일 정당법이 제정된 것은 1967년이지만, 1949년 독일 기본법이 제정되고, 기본법 제21조 제3항에 “상세한 것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규정을 두면서부터 꾸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선거법같은 다른 정치관계법률과 달리 사실상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 법률이라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1951년과 1952년에 내무부가 초안을 만들지만 내각(국무회의)에서 거부되었고, 1959년에 정부가 처음으로 의회에 정당법 초안을 제출한다 2. 이 초안에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 조항이 없었는데, 주무부처인 내무부에서는 국고보조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인 사민당이 국고보조 조항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최종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1964년 집권연정인 기민련/기사련과 자민당이 국고보조 조항과 당비 및 후원금에 대해 (일부를) 환급하는 간접지원 조항을 포함한 제정안을 발의하고, 이에 반대해 야당인 사민당은 1965년 해당 조항을 삭제한 제정안을 발의하지만 이 때도 두안 모두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당시 독일정부는 예산법률을 통해,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금 (명목상 정치교육비)와 선거비 보전을 해오고 있었다.  이에 대해 독일 헌법재판소가 1966년 7월 19일 판결(BVerfGE 20, 56 – Parteienfinanzierung I)을 통해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포함된 예산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게 된다.  3,800만 마르크에 이르는 국고보조금을 잃게된 정당들이 급히 공동 정당법 준비그룹을 조직하고, 법안을 준비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1967년 정당법이다.

1967년 정당법은 이전의 기민련/기사련 및 자민당 안과 사민당 안에 공통으로 있던 부분은 그대로 들어가고, 정당재정 지원부분에 기민련/기사련 및 자민당이 제시했던 정당직접 지원과 후원금 환급 조항 모두 삭제하고 (대신 600마르크까지 소득세 및 법인세 환급조항 신설), 선거비 보전 항목만 추가되었다.

1983년 개정안 때까지, 선거비 보전 금액 인상과 분할지급 조항 도입되는 등 소규모 개정이 이루어졌다. 1983년 법안에는 기회균등 지원비 항목을 도입해 5 % 이상 득표한 정당에게는 당비 및 후원금 총액의 40 %를 지급하도록 한다. 그 외에 기존의 정당재정 공개조항이 수입만 공개하도록 했던 것을 지출과 자산현황까지 공개하도록 개정한다. 1988년에는 기본지급금(Sockelbetrag)을 도입해 2 % 이상 득표한 정당에게는 득표/수입등과 상관없이 선거비보전액 총액의  6%를 동등하게 배분하도록 한다. 이 때 회계보고서에 당원수를 공개하는 조항도 도입된다.

1994년에 정당법 전면개정이 이루어지는 데, 이는 정당법 제정 때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판결에 기인한다.  독일 헌재는 1992년 4월 9일 판결(BVerfGE 85, 264 – Parteienfinanzierung II)에서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급방법과 당비 및 후원금에 대한 세금감면 기준 그리고 후원금 공개 기준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기본 지급금과 기회균등 지원비로 인해 정당의 자체수입보다 국고보조비가 커지거나 지원비 총액이 확정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정당의 성취(지지)와 관련없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또 과도한 소득세 감면과 법인세 감면에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에 1994년 정당법에서는 상대 상한과 절대 상한액을 도입하는 한편 정당에 대한 지원도 선거비보전과 기회균등 지원비, 기본지급금을 폐지하고 정당 국고보조로 일원화 한다. 회계보고의 세부 항목도 정밀화한다.

1999년에는 절대 상한액을 조정했고, 2002년에는 기부금 공개의무 금액을 낮추는 등 회계공개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화폐단위를 유로화로 전환하면서 절대 상한액을 상향 조정했다. 2004년에는 회계장부 방식을 복식부기로 전환하고,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3개주 기준충족 조항 3을 삭제한다.

2015년에 최종적으로 정당법개정이 이루어진다.  회계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정당에 대한 제재 조항을 도입하고, 기존 정당법의 헛점으로 이익없는 영업 매출을 정당의 수익으로 본 조항을 개정하였다.  1표당 보조액 기준도 상향조정하였다.

국고보조금은 득표에 따른 지원금 지준액과 정당의 (기준을 충족하는) 수입액을 비교해 낮은 금액을 기준은 절대상한액을 각 정당이 나눠갖는다. 대부분의 정당은 득표기준 금액이 정당의 소득보다 낮아 수입액이 국고보조금을 결정하는데 별 영향이 없으나, 독일대안과 해적당 등 당조직에 비해 득표수가 급격히 늘어난 정당은 당의 수입에 따라 사실상 국고보조액이 결정된다. 독일대안은 국고보조액을 더 받기 위해 금화판매를 통해 당 수입을 부풀리기하는 꼼수를 쓴다. 금화판매로 별 수익을 남기지 않아도, 개정전 정당법은 매출액 기준으로 정당의 수입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국고보조를 더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정당 수입규정중 영리활동 항목의 수입을 매출이 아닌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도록 고쳤다. 고치는 과정에 1표당 보조액 기준 상향을 통해 정당수입이 득표기준금에 비해 작은 정당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도록 조정하였다.  원내정당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때문에 큰 논쟁없이 통과되었다. 다만 야당인 좌파당과 녹색당은 법인 기부금 폐지, 개인 기부금 상한 설정, 공개기준 강화등 주장하며,  기권하거나 반대했다.

독일 정당법의 내용

독일 정당법은 1장 총칙, 2장 당내질서, 3장 공직후보추천, 4장 국고보조, 5장과 6장은 회계 공개 및 처벌조항, 7장 위헌정당에 대한 집행에 대해 담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 내용은 2장 당내 질서와 4장 국고보조, 5,6장의 회계공개이다.

많은 국가의 정당법이 당내 질서에 대해, “민주적으로 운영한다” 등의 추상적이 규정을 두고, 당헌당규로 정도록 하고 있는데 반해 4, 독일 정당법은 매우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당내 민주적 운영을 위해 연방당과 지역조직을 두고, 각급 지역조직에 집행위원회와 대의원대회, 당 심판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각급 지역 조직의 대의원 대회는 지역당 대표 및 부대표와 재정담당을 비롯한 집행위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각급 지역조직의 대의원중 특정 공직이나 당직을 맡은 경우 대의원이 될 수 있는 수(당연직 대의원)를 20%로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어 당조직이 당지도부나 의원단등에 의해 좌지우지될 여지를 봉쇄해 놓고 있다. 또 지역 조직간의 대의원 수의 분배의 원칙을 당원수로 정해 놓고, 50%까지만 지역당의 득표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 정당법은 당대표나 지역당 대표를 당의 대표자로 규정하지 않고, 집행위원회를 당과 지역당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당대표는 별도의 기관이 아니라 집행위내에서 동등한 권한을 가진 대표자(primus inter pares, first among equals)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당심판원 규정을 통해 심판원의 권한과 독립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 정당법에는 심판원 규정이 없지만, 당헌으로 두고 있는 정당도 당원의 상벌을 결정하는 역할로 제한되고 있는데 반해,  독일 정당법은 심판원의 기능을 징계뿐아니라 중앙당과 지역당의 권한 분쟁,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권한 등 확장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 심판원의 심판과정에 “이익사실 진술권”이나 “심판위원 기피권” 등 사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 규정은 독일정당법 역사에서도 살펴봤듯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격은 부분이다. 현 정당법의 국고보조금 지급 원칙은 정당의 자체수입 이내에서 각종 선거 득표 비례에 따라, 절대 상한선(정해진 총액)이하로 지급하는 원칙을 확립했다. 독일의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지급 기관이 선거관리위원회등이 아니라 연방의회 의장인 점은 한국과 다른 점이다 5.

정당회계보고 규정은 수입과 지출, 자산현황까지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방당과 주당은 물론 독자적 회계를 운영하는 최소단위인 지역당을 포괄하는 회계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회계보고에 대해 전문회계법인이나 회계사의 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당에 대한 후원금은 법인과 개인 모두 허용하고 있다. 개인이 납부한 후원금(와 당비, 직책당비) 1,650 유로 까지는 납부액의  50 % 를 소득세에서 환급한다 6. 연간 1만유로 이상 납입한 경우 회계보고서에 공개해야하며, 5만유로 이상 한번에 납부하는 경우 즉시 연방의회 의장에 보고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요약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독일 정당법은 당내 민주주의의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이 규정은 정당 국고보조금 등의 규정과 달리 1967년 제정때는 물론, 이전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규정이다.  또 정당회계관련 규정도 비교적 정교하게 규정하고 있다. 점점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이 발달해왔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은 가장 많이 변한 조항이다. 현재 절대상한액 범위내에서 정당의 득표에 따라 배분하지만 국고보조금은 정당의 자체 수입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선거비보전 명목으로 정당에 국고보조를 하였으며, 한 때 기본지원금, 기회균등지원비등의 항목이 있었으나 현재의 정당국고보조금으로 일원화되었다.

많은 단점을 보완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독일 정당법은 정당간의 이견이 있는 조항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법인이 정당후원금을 내는 것에 등에 관한 것인데, 어떻게 방향으로 발전할 지는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parteigesetz

참고문헌

  • 독일연방헌법재판소 (BVerfG), of 7/19/1966, case number 2 BvF 1/65. In BVerfGE 20, 56.
  • 독일연방헌법재판소 (BVerfG), of 4/9/1992, case number 2 2/89. In BVerfGE 85, 264.
  • 독일연방헌법재판소 (BVerfG), of 10/26/2004, case number 2 BvE 1/02. In BVerfGE 111, 382–412.
  • Müller, Wolfgang C. & Sieber, Ulrich (2006): Party Law. In: Richard S. Katz and William J. Crotty (Eds.): Handbook of party politics. London and Thousand Oaks, Calif.: SAGE, pp. 435–445.

 

Notes:

  1. 1967년 독일이 정당법을 도입하기 전에, 1964년 베네주엘라에서 Ley de Partidos Políticos, Reuniones Públicas and Manifestaciones을 도입했고, 1965년 터키에서 Siyasî Partiler Kanunu를 통과 시킨바 있다.
  2. 연방정부가 1959년 12월 22일 연방의회에 제출안 정당법 초안을 1962년 한국 법제처에서 번역하고, ”월간법제”에 게제한 바 있다. 번역본은 서독정당법 초안 을 참조하라.
  3. 구 정당법 제18조 제 4항 3문에 있던 조항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정당의 기준을 “연방의회나 유럽의회에서 0.5 %이상 득표”하고, “3개주 이상에서 1 %이상 득표”한 정당이 있었은 데, 이 “3개이상의 주 에서  1% 이상 득표” 조항이 바로 3개주 충족조항(Drei-Länder-Quorum)이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26일 “3개 주 충족”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BVerfGE 20, 56-Drei-Länder-Quorum)을 내렸다.
  4. 예를 들어 한국 정당법은 제29조에서 “정당은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과 소속 국회의원이 있는 경우에는 의원총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해당”기관의 조직·권한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당헌으로 이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 독일의 선거관리 기구(EMB,electoral management body)는 한국처럼 거대한 조직이 아니다. 유럽의회와 연방의회 선거관리를 하지만, 실제 실행은 주선관위와 기초자치단체 선거관리부서와 각 투표구의 명예직 선거관리위원이 담당한다. 그외 정당관련 문서수집(강령, 당헌당규 등)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연방선관위 위원장은 내무부장관인 선관위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나, 관례적으로 통계청장이 겸임한다. 국고보조금지급과 정당의 회계보고 관련업무도 연방의회 의장이 담당한다. 시민교육과 선거제도 연구는 물론 TV 토론, 여론조사관련 업무도 별도의 기관이 있거나 방송사등이 자율적으로 조직하거나, 아예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다.
  6. 연방의원법에 따라 연방의원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소득세 공제등의 혜택은 없다. 다만 증여세등은 면제된다.